안녕하세요. 공군 군수사령부에서 3년 차 군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국어교육과 졸업생입니다. 졸업 후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글로나마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매우 반갑습니다. 군무원이라는 직업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있는 추세에 비해 인터넷에는 정보가 부족한 것 같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취업 수기를 남깁니다.

 군무원은 쉽게 말해 군부대 안에서 공무를 보는 직업입니다. 직렬에 따라 맡는 일이 다양해 군무원이 하는 업무를 포괄하여 설명하기는 어려우나 저는 부대 물자관리를 위한 행정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시험을 준비하시게 되면 보통 행정직이나 군수직을 선택하실 텐데, 이 경우 보통은 부대 관리를 위한 다양한 행정업무를 담당하게 됩니다. 군인들과 함께 사무실도 쓰고 생활하지만, 군무원은 실제 사격이나 전투 훈련에 참여하지는 않습니다.

 군무원 시험을 치기 전 정해야 할 것은 소속과 직렬입니다. 소속은 국방부, 육군, 해군, 공군으로 나누며 직렬은 행정, 군수, 군사정보 등이 있습니다. 인터넷에 직렬별 주 업무와 시험과목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임용 후 다른 소속·직렬로의 변경은 시험을 다시 치는 방법뿐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공군 소속의 군수 직렬을 선택해 시험을 쳤습니다. 군무원은 부대 특성상 근무지가 전국에 퍼져있기 때문에 전속 시 지역이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공군 군수직은 대구지역의 군수사령부라는 큰 기지 안에 여러 부대가 모여 있어 한 지역에서 계속 직장생활을 할 수 있고, 다른 소속보다 공군이 생활환경이나 복지가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해서 선택했습니다. 실제로 육군, 해군에서 공군으로 소속을 옮기기 위해 재임용하는 군무원들을 많이 봤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직렬선택은 자유롭게 하시되, 소속은 국방부나 공군을 선택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군무원 시험을 준비한 이유는 적은 시험과목 수와 짧은 준비 기간입니다. 일반 공무원 시험과 다른 점으로 한국사와 영어를 자격증으로 대체할 수 있어서 국어 과목이 합격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그 점이 국어교육 전공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자격증 대체 요건의 난도는 높지 않아 수월하게 준비가 가능합니다. 9급 군무원 시험은 국어와 직렬별로 정해진 2과목 총 3과목이 과목당 객관식 25문제씩 출제됩니다. 준비해야 하는 과목 수가 적다 보니 준비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영어교육과가 아닌 이상 영어 공부와는 멀어지기 쉬운데, 자격증 대체로 이러한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국어교육과의 경우 국어시험 준비에는 다른 수험생들보다 시간을 비교적 덜 할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물론 임용고시에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 한자 단어 문제 등이 출제되어 국어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통 필기시험은 6개월에서 1년 정도를 잡고 준비하는 것에 비해 감사하게도 저는 4개월 정도의 기간을 두고 시험을 준비해서 단기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국어교육과에서 공부한 내용들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군무원이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시험 준비가 수월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골라 직업을 선택한 경우라서 시험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내가 이 길을 선택한 것이 맞는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직장을 다녀보니 생각보다 좋은 점이 많았고 지금은 나름대로 만족하며 직장생활 중입니다.

 군무원의 가장 큰 장점은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군무원은 다른 직장보다 휴가 일수가 많은 편입니다. 근무연수와 상관없이 매년 21일의 휴가가 주어지고 개인·부대 실적에 따라 추가로 포상 휴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워라밸이 좋은데, 대표적으로는 정시퇴근이 보장되고 체력단련 시간이라는 일종의 자유시간이 있습니다. 일주일 중 하루의 오후 시간과 매일 4시 30분부터 시행되는 이 시간에는 운동이나 산책, 자기계발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대가 클수록 부대 안 복지시설이 잘 마련되어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부대 기준으로 부대 내 헬스장, 수영장, 볼링장, 도서관, 은행 등 다양한 시설이 있으며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합니다.

 또 하나의 장점은 군 집단은 보수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복지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임산부 보호나 자녀 돌봄을 위한 출·퇴근 시간 조정, 육아휴직 등 다양한 제도가 있으며 이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휴직이나 장기휴가를 나간다고 해서 진급에 불이익을 주거나 퇴직을 권고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남성분들 또한 육아휴직, 자녀 돌봄을 위한 업무시간 조정 제도 등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큰 장점은 민원이 없다는 점입니다. 공무원 중 민원업무로 고충을 겪는 사례를 많이 보았습니다. 군무원의 경우에는 부대 내 사람들과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민원으로 인한 마찰이나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물론 이 직업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코로나와 같은 국가 재난급 상황 발생 시 통제가 다른 곳보다 심한 편이고, 아직 겪어보진 않았지만 북한의 도발이나 전쟁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통제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아무래도 군 집단이다 보니 다른 직장보다 좀 더 보수적이고 위계질서가 뚜렷한 느낌이며, 소속이나 직렬에 따라 인프라가 적은 지역에서 근무하게 될 확률도 있습니다. 또 공무원 계열의 직업 특성상 임용 후 초반에는 월급이 적은 편입니다.

 다양한 장·단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일하기 나쁘지 않고, 직장동료들을 보면 다들 만족하며 직장생활을 하는 것 같습니다. 혹시 다른 직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계유지나 사회 경험을 위해 거쳐 가는 직업으로 선택하더라도 워라밸이 확실해 다른 시험 준비가 수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업 선택의 기로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실 학우분들께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든 자신감 가지시고 다들 열심히 준비하셔서 좋은 결과 있으시길 항상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