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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 수기

국어교육과 백일장(2016학번 이OO)
등록인
국어교육과
글번호
44271
작성일
2021-08-22
조회
1132

 나는 어렸을 때 작가가 되고 싶었다. 글을 쓰는 것이 좋았고, 나름대로 칭찬도 받았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글쓰기에 점점 자신이 사라졌다. 백일장이나 다른 작문대회에서 빈손으로 돌아오는 일이 많아지면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선생님이라는 진로는 그때 정한 것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담임이셨던 국어선생님을 보며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국어교육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전공과 관련된 공부를 배우는 대학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교수님들은 전문적이셨고, 학우들과 함께 지내는 날들도 행복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포기한 글쓰기에 대한 미련이 작게나마 남아 있었다. 틈틈이 써보려고 했지만 혼자서 글을 끄적이는 것은 잘 되지 않았다.

 군대를 다녀와 복학한 뒤, 학과에서 백일장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운문과 산문 각각 나누어 공모를 받고 있었다. 나는 잊고 있었던 글쓰기에 대한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글을 쓰고 싶었다. 표현도 좋지 못하고 두서없는 글이지만 나는 백일장에 내 글을 제출하기로 결심했다. 원래 시는 자신 없었지만, 그 당시의 나는 단순히 많은 기회를 가지고 싶었기에 산문과 운문 부문 둘 다 참가하기로 했다. 작품 경향(?)을 포착하기 위해 학과홈페이지에서 작년 수상작들을 읽어보기도 했다.

 이제 글을 쓸 차례였다. 먼저 곰곰이 주제를 정했다. 주제는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었다. 나는 또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항상 밝고 힘차게 표현되는 청춘의 고달픔을 주제로 정하기로 했다. 산문의 제목은 청춘담화였다. 나는 의자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렸다. 신기하게도 글이 술술 쓰이기 시작했다. 목마른 사람이 들이키는 물처럼 나는 창작을 쏟아내고 있었다. 쓰고 싶었던 말들을 모두 담아내자 단편 분량의 글이 완성되었다. 운문은 조금 더 고민해야만 했다. 시의 운율이나 작법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하긴 했지만, 직접 시를 쓰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여러 주제를 정한 뒤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주제에 대해 자연스레 써내려가고 나서 구성을 다듬는 방법으로 시를 적었다.

 산문, 운문 각각 제출한 뒤, 나는 별다른 기대 없이 백일장에 대한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수상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수상할 것이란 자신이 없었기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시상식 날이 되자 학우들과 학관에 모여 발표를 기다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과연 누가 상을 받을까 궁금할 뿐이었다. 그러다 운문에서 3위를 입상했다는 발표를 들었다. 나는 뛸 듯이 기뻤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운문 분야에서 입상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3위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렇게 발표가 지나가고, 산문 입상을 발표할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뜸 들이는 듯한 시간이 지나가고 산문 1위를 발표했다. 바로 내가 제출한 청춘담화였다. 운문 3, 산문 1위를 공동 수상한 것이다. 나는 믿기지 않았다. 글쓰기에 대해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던 나였기에 이렇게 입상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날 나는 학우들의 축하와 함께 상품과 상장을 받았다. 그 뒤 내 작품은 학과에 전시되었다. 조금 쑥스럽기는 했지만, 자랑스럽기도 했다. 학우들이 내 작품을 읽고 평가하는 것이 좋았다. 문집에도 내 작품이 실리면서, 나는 나의 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1년 뒤, 나는 백일장에 다시 참가하게 되었다. 그 동안에도 몇 번 글을 쓰면서, 취미로나마 글 쓰는 것을 계속 이어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특히 운문은 확실히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기에 이번 백일장에는 운문 제출은 하지 않기로 했다. 산문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는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부딪혔다. 저번 백일장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오며 가며 듣는 학우들의 기대 뿐 만 아니라, 나 스스로도 그러한 잣대를 만들고 있었다. 쉽게 쓰였던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주제를 정하기조차 어려웠다. 제출마감일이 다가오자,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문득 남미의 혁명가 살바도르 아옌데를 떠올렸다. 그의 일생을 대학의 현실에 빗대어 소설을 써보기로 했다. 그의 일생을 소설로 만들고, 그것을 다시 대학생과 병치시켜 이중 구조로 엮었다. 처음 시도해보는 형식이었기에 상당히 힘들었다. 그러나 힘든 것보다 소설을 완성시켜 제출하고 싶은 열망이 더 컸기에 겨우겨우 마감일을 지켜 제출할 수 있었다.

 시상을 기다리면서, 나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이번에 만약 작년보다 결과가 좋지 않다면 실망스러울 것 같았다. 그러나 마음을 달리 먹었다. 글이 좋아서 백일장에 참가한 건데, 어느새 상을 받기위해 글을 쓰고 있었다. 이런 생각은 좋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참석한 수상 발표에서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산문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심사위원이신 교수님께서 칭찬을 많이 하셨다. 작년에는 글의 이야기성이 많이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서사가 선명하게 살아있다고 하신 것이다. 나는 수상보다 나의 글이 더 발전했다는 것이 더 기뻤다.

 나는 글쓰기에 대해 포기할 뻔 했지만, 백일장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열정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솔직히 국어교육과를 다니면서 이런 기회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아마 훗날 교사가 되어서도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짓기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지 않을까? 기분 좋게 상상해본다.